누구나 아는 이야기의 함정
미국 증시가 오르면 다음 날 한국 증시도 오른다. 이 명제는 대체로 참이고, 그래서 아무 정보도 주지 않습니다. 시장 전체가 같이 움직이는 것은 환율·금리·위험선호 같은 공통 요인 때문이며, 그것을 '미국 반도체가 한국 반도체를 끌었다'고 읽으면 착각입니다. 그날 미국 금융주가 올랐어도 한국 반도체주는 올랐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화면이 답하려는 질문은 더 좁습니다. 시장 전체가 움직인 몫을 뺀 뒤에도, 미국의 특정 섹터가 한국의 특정 섹터로 이어지는 고유한 연결이 남는가. 남는다면 어느 섹터 쌍에서, 얼마나 크게, 얼마나 믿을 만하게 남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시장 전체가 움직인 몫'을 정의하고 걷어내야 합니다.
잔차 — 시장 몫을 걷어낸 뒤 남는 것
한국 쪽 반응은 개장 갭으로 잽니다. 전일 종가에서 당일 시가까지의 변화, 즉 한국 시장이 닫혀 있는 밤사이에 쌓인 정보가 개장 순간 한 번에 반영된 크기입니다. 미국 세션의 정보가 한국 가격에 처음 닿는 지점이 바로 이 갭이므로, 야간 전이를 재기에 가장 정직한 척도입니다.
그 갭에서 시장 몫을 걷어냅니다. 한국 각 섹터의 개장 갭을 코스피 갭, 코스닥 갭, 원/달러 환율, 국제유가(WTI) 네 가지로 회귀해 이 넷이 설명하는 부분을 빼고, 남은 것을 잔차라고 부릅니다. 잔차는 '시장 전체가 움직인 몫을 뺀 그 섹터만의 움직임'입니다. 미국 쪽도 같은 처리를 합니다. 섹터의 시가총액 가중 수익률에서 S&P 500 수익률을 빼 초과수익을 만듭니다. 미국장 전체가 오른 날의 상승분은 신호로 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측정 기간은 5년, 1,177거래일입니다. 미국 신호는 반드시 한국 개장 이전에 끝난 세션의 것만 씁니다. 한국 개장 후의 미국 정보를 쓰면 미래를 참조하는 셈이 되므로, 정렬 단계에서 원천적으로 막아 두었습니다. 한국 섹터 바스켓의 구성과 비중은 특정 시점 기준으로 고정했습니다. 지금 시가총액이 큰 종목으로 과거를 구성하면 '살아남은 종목'만으로 백테스트하는 사후 편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섹터는 미국·한국 각각 표준 분류 11개에 반도체, 반도체장비, 방산, 2차전지 셀·소재, 전력기기 같은 테마 묶음을 얹은 16개입니다. 그래서 결과는 16×16, 256칸의 행렬로 나옵니다. 칸마다 '미국 섹터 A의 초과수익이 1%p 움직일 때 한국 섹터 B의 잔차 갭이 몇 %p 움직여 왔는가'라는 기울기 β가 하나씩 들어 있습니다.
연결은 실재하는가 — 순열검정
256칸 중 어디에 진짜 연결이 있는지 보기 전에, 연결이 있기는 한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같은 업종끼리 짝지은 칸(미국 에너지→한국 에너지처럼 행렬의 대각선)의 β 평균과, 다른 업종끼리 엮은 칸의 β 평균을 비교합니다. 섹터 고유의 전이가 실재한다면 대각선이 뚜렷이 높아야 하고, 시장 동조만 있다면 둘이 비슷해야 합니다.
결과는 대각선 평균 0.094, 비대각선 평균 −0.006이었습니다. 이 격차 0.10이 우연히 나올 확률을 섹터 라벨을 무작위로 섞는 순열검정으로 구하면 0.05%입니다. 2,000번 섞어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수준이니, 같은 업종끼리의 연결은 실재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잔차를 쓴 효과도 여기서 보입니다. 시장 몫을 걷어내지 않은 원래 수익률로 같은 검정을 하면 대각선 0.067, 비대각선 −0.098로 격차 자체는 더 크지만 확률은 1.2%로 훨씬 흐릿합니다. 시장 동조가 모든 칸에 섞여 들어가 노이즈를 키우기 때문입니다. 잔차로 바꾸면 격차는 줄어도 신호가 선명해집니다. 이 화면의 모든 결론이 잔차 기준인 이유입니다.
'연결이 실재한다'는 것과 '돈이 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절은 앞의 질문에만 답했습니다. 뒤의 질문은 마지막 절에서 다룹니다.
살아남은 연결과 탈락한 연결
256칸을 개별로 보면 다중검정 보정(BH-FDR) 후 유의한 칸이 101개입니다. 그중 β가 양수이고 같은 업종이거나 경제적으로 설명되는 교차 조합만 추리면 16개가 남습니다. 여기서 한 번 더 거릅니다. 미국 섹터들의 공통 요인(예를 들어 테크·성장주 전체가 오르는 날)을 함께 넣은 다변량 회귀에서도 그 섹터의 기울기가 살아남는가를 보고, |t|가 1.96을 넘어 살아남은 연결에만 견고 표시를 답니다. 11개가 살아남았습니다.
탈락한 쪽이 오히려 교훈적입니다. 미국 금융→한국 금융은 β 0.17, 적중률 58%로 16개 중 기울기가 가장 큰 연결인데 다변량에서 탈락했습니다. 미국 IT→한국 IT도 β 0.16, 적중률 54%로 강해 보이지만 마찬가지입니다. 단독으로 보면 강한 연결이 다른 미국 섹터를 함께 넣는 순간 사라진다는 것은, 그 연결이 섹터 고유의 것이 아니라 미국 공통 요인의 대리 효과였다는 뜻입니다. 이런 연결은 화면에서 숨기지 않고 그대로 두되 견고 표시 없이 구분합니다.
살아남은 11개는 대부분 업종의 논리로 설명됩니다.
- 에너지→에너지 β 0.16, 적중률 59% — 유가라는 공통 재료가 같은 밤에 두 시장의 같은 업종을 움직입니다. 16개 중 적중률이 가장 높습니다.
- 방산→방산 β 0.14, 54% — 재무장 뉴스는 국경을 가리지 않습니다.
- 미국 소비재→한국 2차전지 소재 β 0.13, 58% · →셀 β 0.11, 56% — 미국 전기차·소비재 수요가 한국 배터리 밸류체인으로 이어지는 경로입니다. 같은 업종이 아닌 교차 연결 중 가장 강합니다.
- 반도체→반도체 β 0.10, 57% · 반도체장비→반도체 β 0.09, 56% · 반도체→IT β 0.09, 55% — 가장 널리 알려진 연결이 실제로도 견고하지만, 기울기는 에너지·방산보다 작습니다.
- 산업재→전력기기 β 0.09, 56% — 미국 인프라·AI 투자 흐름이 한국 변압기·전력기기로 닿는 경로입니다.
- 헬스케어→헬스케어 β 0.09, 55%.
β 0.1의 뜻 — 숫자의 크기 감각
기울기 0.1은 미국 섹터의 초과수익이 +1%p일 때 한국 섹터의 잔차 갭이 평균 +0.1%p였다는 뜻입니다. 미국 반도체가 시장보다 3% 더 올랐다면 한국 반도체는 시장 몫을 뺀 뒤 0.3% 정도 더 벌어져 왔다는 것이고, 이것이 이 연결의 실제 크기입니다. 뉴스 제목이 주는 인상보다 훨씬 작습니다.
적중률은 과거에 방향(오르내림)이 일치했던 비율입니다. 크기는 보지 않고 부호만 셉니다. 살아남은 연결의 적중률이 54~59%라는 것은 동전 던지기(50%)보다 조금 나은 수준입니다. 열 번 중 여섯 번 맞고 네 번 틀린다는 뜻이며, 틀린 네 번의 크기가 맞은 여섯 번보다 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화면의 '기대 잔차갭'은 예측이 아니라 방향성 참고치로 읽어야 합니다. 5년 평균 기울기에 어젯밤 초과수익을 곱한 값이며, 개별 날짜의 편차는 그 평균보다 훨씬 큽니다. '이 정도 방향으로 벌어져 온 경향이 있다'까지가 데이터가 말하는 전부입니다.
라이브 신호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위의 백테스트는 동결되어 있습니다. 기울기 β와 견고 여부는 5년 결과에서 한 번 정해 두고 매일 다시 계산하지 않습니다. 매일 바뀌는 것은 입력뿐입니다. 미국장이 마감되면 가장 최근 완료된 세션의 섹터별 초과수익을 백테스트와 같은 방식(시총 가중 수익 − S&P 500)으로 구하고, 견고하고 경제적으로 설명되는 연결에만 동결된 β를 곱해 오늘 한국 개장의 기대 잔차갭을 만듭니다.
화면에는 기대 갭의 부호가 방향(상방·하방)으로, 크기가 등급으로, 그리고 그 한국 섹터 바스켓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연동 종목'으로 나옵니다. 연동 종목은 바스켓을 대표하는 종목일 뿐 추천이 아니며, 바스켓 전체가 움직여도 개별 종목은 그날의 고유 재료에 따라 다르게 움직입니다.
미국 공휴일이나 주말이 끼면 가장 최근 미국 세션이 며칠 전일 수 있습니다. 그 경우 신호의 대상 날짜가 이미 지난 것으로 표시되고 다음 미국장 마감 후 갱신됩니다. 데이터가 고장 난 것이 아니라 미국장이 열리지 않은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한계 — 신호는 시가에서 실현된다
이 연결이 실재한다는 것과 그것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 사이의 간극을 정직하게 적어 둡니다.
- 신호는 개장 갭에서 실현됩니다. 측정 대상이 전일 종가에서 당일 시가까지의 변화이므로, 시가에 매수하는 시점이면 신호는 이미 가격에 반영된 뒤입니다. 시가 이후 장중에 추가로 벌어진다는 근거는 이 분석에 없습니다. 이것이 이 화면을 '오늘 무엇을 사라'가 아니라 '오늘 아침 어느 섹터가 왜 벌어져 열렸나'를 이해하는 도구로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 평균적인 경향이지 오늘의 예측이 아닙니다. 기울기는 5년 평균이고, 적중률 54~59%는 열 번 중 네 번은 틀린다는 뜻입니다.
- 다음 한국 개장일 계산은 주말만 건너뛰는 근사입니다. 공휴일이 반영되지 않아 연휴 앞뒤로는 대상 날짜가 어긋날 수 있습니다.
- 업종 묶음은 바스켓입니다. 대표 종목들의 시가총액 가중 바스켓이 움직였다는 것이지 개별 종목이 그렇게 움직인다는 뜻이 아닙니다.
- 통계적으로 유의해도 뺀 연결이 있습니다. 경제적 설명이 되지 않는 교차 조합은 우연히 맞아떨어진 관계를 신호로 포장하지 않기 위해 워치리스트에서 제외했습니다. 이것은 추정이 아니라 표출의 결정이며, 전체 행렬은 그대로 남겨 두었습니다.
실적 추적과의 관계
이 사이트에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어지는 화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미국시장 실적 추적은 마이크론·엔비디아 같은 개별 기업의 분기 실적 발표라는 이벤트 단위로, 그 다음 한국 거래일 관련 종목의 종가 반응을 봅니다. 이 글의 야간 전이는 섹터 단위로 매일의 개장 갭을 봅니다. 단위도 빈도도 측정 시점도 다릅니다.
둘을 겹쳐 읽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실적 시즌에 미국 반도체 기업이 실적을 내면 그날 밤 미국 반도체 섹터 초과수익이 크게 움직이고, 야간 전이 화면에는 그 결과가 한국 반도체 섹터의 기대 갭으로 나타납니다. 실적 추적 화면은 같은 이벤트를 개별 종목의 하루 종가 반응으로 사후 기록합니다. 하나는 섹터의 아침, 하나는 종목의 하루입니다.
정리
- 한국 섹터의 개장 갭에서 코스피·코스닥·환율·유가가 설명하는 몫을 회귀로 걷어낸 잔차와, 미국 섹터의 S&P 500 대비 초과수익을 5년 1,177거래일에 걸쳐 연결했습니다. 미국 신호는 한국 개장 이전 세션만, 한국 바스켓은 고정 비중입니다.
- 같은 업종끼리의 연결(대각선 β 평균 0.094)은 다른 업종 조합(−0.006)보다 뚜렷이 높고, 이 격차가 우연일 확률은 순열검정에서 0.05%입니다. 섹터 고유의 전이는 실재합니다.
- 유의한 101칸 중 경제적으로 설명되는 16개를 추리고, 미국 공통 요인을 통제한 다변량 회귀에서 살아남은 11개에만 견고 표시를 답니다. 금융→금융, IT→IT는 단독으로는 강하지만 다변량에서 탈락한 대리 효과였습니다.
- β 0.1은 미국 섹터가 시장보다 1%p 더 움직일 때 한국 섹터가 0.1%p 더 벌어져 왔다는 뜻이고, 적중률 54~59%는 동전보다 조금 나은 수준입니다. 기대 갭은 예측이 아니라 방향성 참고치입니다.
- 가장 중요한 한계: 신호는 개장 갭에서 실현되므로 시가 매수 시점이면 이미 반영된 뒤입니다. 이 화면은 '무엇을 사라'가 아니라 '오늘 아침 어느 섹터가 왜 그렇게 열렸나'를 이해하는 도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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